보고 왔습니다. 나가자마자 내리기 시작한 (천둥번개를 동반한)폭우 때문에 쫄~닥 젖었지만 하나도 후회하지 않아요. 사실 이거 보는데 사연이 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예매를 늦게 하는 바람에 조금 뒷자리였는데, 며칠 뒤에 들어가 보니 앞좌석이 빈 게 보여서 굳이 환불 수수료 5000원 날려 가며 다시 예매했단 거 아닙니까.-_-;;
어쨌든, 이 공연 때문에 제가 얼마나 생쇼(..)를 했는지 아는 분들은 다 아실 터이니 이제 간략(?) 후기. 공연관람 경험도 지극히 적고, 막귀인 저이니..별로 깊이있는 리뷰는 못 쓰겠지만...잘 보고 와서 아무 것도 안 남겨두긴 스스로 섭섭해서요.
나(네이슨 레오폴드) -강필석
그(리처드 롭)-김무열
부산 공연은 양일간 총4회, 그 4번 다 페어가 달랐다. 어느 걸 볼까 하고 고민하다가 무열필석(E페어?)으로 예매했음. 무열 리처드의 명성이야 워낙 쟁쟁했고, 사진 보다가 청년 기럭지랑 얼굴에 낚였다.(야;;;) 강필석씨는 JCS 후기들 보면서 계속 궁금해하고 있었던 배우였는지라.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
무열필석의 <쓰릴 미>는 지독하게 치열하고, 거칠고, 섹시한 <쓰릴 미>다. 공연장에서 만난 ㄱㅁ 언니에게 농담 삼아 "이 페어가 제일 야하대요, 언니."라고 말씀드렸는데 정말 그렇다. 이거 뭐 낯 뜨거워 보겠냐..
그럼 잡다하게, 막귀막눈의 비전문가 수준에서 주절거려 보자면....-_-
우선 필석 네이슨.
강필석씨, 작은 키에 마른 몸집..게다가 무척 미인이심.^^ 무열군이 잘 생겼다! 로 대변할 수 있는 반면 이분은 진짜 피곤해 보이면서도 지적인 미인이랄까.
필석 네이슨의 저돌적인 매력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외소한 체격이셔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정말 좋다.^^ 노래할 때와 말할 때의 목소리 차이가 큰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노래보단 대사 읊는 목소리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가석방 심사를 받는 네이슨이 (지극히 무심한 얼굴로) 처음 나와서 대사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나는 이분에게 반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부드럽고, 차분하고, 울림이 좋아서 절로 빠져든달까. 내 막귀로는 노래도 나쁜 편이 아니었는데, 솔로넘버들은 꽤 좋았고, My glasses 에서는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강하게 내지르며 부를수록 노래가 뜬다고 해야 하나...이 때는 무열리처드와 목소리가 완전히 엉켜서 둘 다 제대로 안 들릴 정도였다. (이 넘버 이외엔 못 알아들은 게 거의 없었다.)
어쨌든 무열필석의 <쓰릴 미>가 낯 뜨거울 만큼 섹시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단연코 필석 네이슨 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무열씨의 더듬이 스킬(?)이야 늘 기본 이상은 한다지만, 그도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더라. 필석 네이슨은 말 그대로 틈만 나면 만지려 들고, 틈만 나면 몸 달라 그러고, 급기야 같이 사고를 여러 번 친 다음, 상대를 완전히 갖기 위해 배신하는 남자다. 이 남자가 리처드에 대해 갖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지독한 소유욕이다. 너를 원한다, 너를 갖고 싶다, 내가 원하는 걸 해 달라, ...나를 봐 달라. 그러나 사랑해 달라곤 말하지 않는 게 지극히 잘 어울리는 게 필석 네이슨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남자에겐 수시로 계약서의 내용을 들이밀고, 그게 안 되니까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자의 신뢰를 깨 버리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비극적인 사랑..이라고 하기엔 필석 네이슨이 리처드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너무 무섭다;;;; ) 강필석씨의 네이슨은 연약한 듯 하지만 할 말 다 하고, 신경질적이며, 욕구불만에 가득 차 있다. (...) 유약해보이는 강필석씨의 외모(아니, 볼수록 청순하시다.-_-)와 그 끈적끈적하고 절박한 구애(;; )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데 그게 너무 섬찟해서 리처드가 손을 탁탁 쳐 내는 게 이해가 갈 정도. 음, 나라도 그러겠다.(....) 이 네이슨을 보고 있으면 "나를 만족시킬 것"의 조건이 신실한 연인이 되어 줄 것-_-이란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네이슨의 몸이 닿을 때마다 리처드가 치를 떨면서 떨어져 나가고, 오지게 싸워대다가 필요에 못 이겨 응해주는 것만 봐도 이 둘의 관계는 사랑보다, 우정보다, 계약에 걸맞다. 주기로 했으니까 주겠다. 그러니까 너도 내 놔. 사랑이 아주 없다-곤 말할 수 없겠지만 역시 소유욕 혹은 독점욕 쪽에 가깝겠지.
해석이 그렇다(고 생각되다)보니, 필석 네이슨의 연기도 그만큼 격렬해진다. 누굴 만났냐고 추궁하는 것도 정말 잘 어울리고, 리처드의 담배를 빼앗아 밟아 끄기, 무릎 꿇고 처절하게 애원하기(이 장면에서 또 꼬로록한 놔...ㅠㅠㅠㅠㅠㅠㅠ 나중에 알고 보니 무릎 꿇는 연기는 강필석씨만 한다고. 역시나;;), 리처드의 침대에 몸 들이밀기(이것도 이분만 한단다..아놔;;;)...리처드가 네이슨을 좌지우지 하는 동안에도 도통 약해 보이지 않는다. 벌벌벌 떨면서도 사사건건 리처드에 맞서고, 끊임없이 갈구한다. 네이슨이 리처드에 갖고있는 욕망은 지독한 갈증과 같아서, 리처드가 드문드문, 선심 쓰듯이 해주는 섹스로는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지라 '저 놈이 언젠간 사고를 치겠구나.' 하는 예감이 왔다. 어수룩하게 굴지만 그 위험성이 배어 나오는. 한창 내쳐지고 절망하는 중에도 필석 네이슨의 눈에는 무시무시한 광기과 열망이 가득 차 있었거든.
이런 필석 네이슨 덕분에 <쓰릴 미>다웠다. 살인 사건 자체의 긴장감 외에, 성적 긴장감 역시-이 작품에서 대등한 비율을 차지한다는 게 내 생각임. 좀 더 완전한 범죄(혹은 인간)에의 욕망(리처드)와 리처드에 대한 독점욕(네이슨)이 함께 존재해야 하는 게 아닐까. 만약 관객들이 thrill me를 부른다면, 필석 네이슨이야말로 거기에 부응하는 thrill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만큼 이 네이슨이 리처드와의 관계를 팽팽하게 유지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 꾸준히 긴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반전이 반전이지. 반전부분에서 필석씨는 정말 허무한 악마처럼 웃었거든. 필석 네이슨이라면 스스로를 위해 리처드를 배신하고도 남고, 그래서 '난 너보다 뛰어난 인간이니까.'란 말이 완벽하게 어울렸다. 서로를 두고 계약을 맺고 게임을 해온 남자들이니까, 주욱 대치해 온 사이였으니까 이기고 지는 게 성립하더라.
그리고 무열 리처드.
일단 파슨심에 입각해 몇 마디 주절거려 보자. 이 녀석 정말 잘 생겼다.ㅠㅠㅠㅠㅠㅠㅠ
내 대한민국에서 이런 수트발을 볼 줄은 몰랐음. 동양적 얼굴에 서양적 글래머. 얼굴도 맘에 들고, 몸매는 더더욱 훈훈하구나. 내 왜 뭇 처자들이 김무열을 외치는지 실제로 보고 느꼈다. 턱선이나 승모근도 예쁘고, 운동을 즐겨 해선지 근육이 제대로라, 수트 주름이 진짜 아트....
사실 난 긴 손가락에 숑갔음.(...담배 피우는 거 보고 과다출혈;;;;) 뭐랄까, 자기가 어떤 포즈에 어떤 표정을 하면 멋있어 보이는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도, 앉아도, 누워도 그림이 되는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별순검> 방영되고 나면 제대로 뜰 거란 확신이 생긴다. 김무열씨는 확실히 스타가 될 팔자;;랄까 스펙이 충분.:3 게다가 노래도, 연기도 잘 하니 이건 뭐..-_-+
치기 어린 소년과 성숙한 남자의 느낌이 잘 섞여있는 목소리랄까. 대사처리도 좋았고, <쓰릴 미>를 오래 해서인지 노래도 안정적이었다. 무열 리처드는 놀랍도록 장난꾸러기 같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다가도 동생을 죽일까? 하는 나쁜 놈이 될 수 있다. 이 남자는 어른이 되다 만 소년의 느낌인데, 그게 김무열씨의 목소리와 딱 들어맞더라. 극과 극을 오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실제로 리처드 롭이라는 인간 자체가 소년과 청년의 가운데에 있지 않았나 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동생을 질투하면서 자라난,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외에는 믿을 게 없어진 남자다. 타고난 매력과 영리함 속에 다 자라지 못한 정신 한 조각을 솜겨 놓은. 까놓고 말해, 니체에 심취해서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났다고 믿은 나머지 범죄를 일으키고 다닌단 것 자체가 초딩질-_-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유치함과 찌질함을 다 받아들일 정도로 매력적인 게 무열 리처드겠지. '그래, 저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원하니까.' 네이슨의 마음이 이랬을까. 아마 리처드 같은 놈-_-이 주변에 있었다면 몇 대 패줬겠지만 무열 리처드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찌질하고 답답하지만, 어린 게 눈에 보이지만, 너무 반짝반짝하는 거다.
리처드가 불장난 할 때는 정말 아이처럼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고, (필석 네이슨과 무열 리처드의 불장난은 또 왜 그리 야한 거냐..ㅠㅠㅠㅠ 그만 더듬어라, 이 사람들아;;; 왜 손이 무릎 아래까지 가뉀ㅠㅠ ) Roadster를 부르며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고, 애를 꼬시는데.............진짜 따라가고 싶었다. 나 같은 인간은 저런 남자가 유괴해주면 얼씨구나 하고 갈지도.-_-
그리고 Afraid. 벽에 찰싹 들러붙어서 살고 싶다, 무섭다라고 말하는 리처드라니! 자의식 과잉에 늘 자신만만하고 섹시하던 청년의 속이 드러나는 장면이랄까. 그리고 그 모습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고 말하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필석 네이슨은 리처드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무열 리처드는 그 욕망을 억누르고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그를 내치고, 최대한 냉정하게 그를 이용해왔다. 필요하면 '그가 듣고 싶어하는' "자기야~"정도는 얼마든지 해주지만 그는 철저히 네이슨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그런 그의 약한 모습. 만약 내가 본 <쓰릴 미>가 조금이라도 달콤했다면 무열 리처드의 Afraid가 애절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간 본 게 있다 보니(...) Afraid는 공포+자존심의 외침으로 보였다. 리처드가 가장 솔직한 장면이면서도 어딘가 좀 씁쓸한..그래서 매우 좋았던 넘버였음. 무열씨의 Afraid는 꼭 한번 다시 듣고 싶다. 노래도 연기도 너무 좋아서.>ㅅ<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가...무열 리처드는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별로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독선과 매력으로 뭉친 인물이 안정적으로 서 있단 느낌이었음.^^ 잘못하면 초딩-_-을 여자고 남자고 죄다 빠져드는 인물로 만들어낸 게 무열 리처드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필석 네이슨과 무열 리처드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본다.^^ 먹고 먹히는 관계란 느낌이 강하기도 하고, 특유의 스킨쉽이 이렇게까지 관객을 짜릿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 (아니, 이건 내가 동인녀라서가 아니라 정말 이 페어를 보고 있으면 등골이 저린다니까? 텐션이 높다.) 필석 네이슨과 함께 하는 리처드는 "재수 없는 변태새끼"를 진지하게 내뱉을 수 있을 정도로 그에게 휘둘리는 자신을 용납 못 해서 그를 누르려고 하고, 그가 자기를 속박하는 걸 용서하지 못한다. 아무 감정이 없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Afraid가 역시 좀 걸린다?) 사랑이라고 보기엔 많이 모자란다. (나 역시 사랑이 아니라 욕망의 대결구도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말하기엔' 내가 좀 로맨티스트인가 보다.-_-)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지배해야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넌 아무 것도 아니야 넌 내 뒤를 따르는 놈이야. 네이슨의 눈에 숨어 있는 음험함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걸까? 네이슨이 버러럭~하며 접근하면 어딘가 머뭇거리는 느낌.;;;; 범죄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이끄는 건 리처드지만 그 뒤에 네이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단 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 무서운 사람.-_-
반 농담으로 말하면 어른 남자와 조숙하고 책 많이 본 청소년(...)의 위험한 대결구도 같은 거겠지.^^
일부나마 동영상으로 보았던 무열정한은 노래나 연기가 정말 좋았고, 뭔가 안정적이랄까, 부드러운 느낌이 있었고...(게다가 류정한씨 표정이 ;ㅁ;ㅁ;ㅁ;ㅁ;) 율재웅은 한 곡짜리 영상만 봤는데 별 임팩트가 없어서 판단 보류. 아까도 말했지만 난 심리적+성적 긴장감이 공존해야 제대로 된 둘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지라...무열필석의 격렬함이 아주 마음에 든다. 온 몸을 바쳐서 원하고, 그것을 짓밟고, 그걸 다시 뒤엎어버리는 맛이 쏠쏠한 페어다. 네이슨과 리처드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둘의 관계가 대등하면서도 종속적이고, 그래-까놓고 말해 야해서 좋기도 하고. (퍽퍽)
공연이 정말 맘에 들었는지라...끝난 후에 저녁을 먹으면서도 고기맛을 못 느끼겠더라. 내가 입으로 먹나 코로 먹나 싶을 정도로 피아노 선율과 노래가 오락가락..집으로 오는 버스에서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틀은 너무 짧다.ㅜㅠㅠㅠㅠㅠㅠㅠㅠ 당분간은 예정이 없다지만 내년에 말이 있다는데, 하기만 하면 닥치고 봐 줘야지. 서울행이라도 불사하리라.-_-+
(더 잡설)
1. 필석씨의 "치~"와 "(덜덜)...나?" 는 너무 귀여워서 돌 뻔 했다. 말꼬리가 여성스럽게 길어지는 것이 참...ㅠㅠ
2. 두번째 키스신-필석씨의 팔이 단상에 축 늘어지는 게 포인트였다.
3. 키스신은 세번째 것이 제일 좋았음. 타이밍이나 농도(?) 모두.^^ 아니...무열씨, 어쩌려고 그래욤...필석씨 아랫입술 물었다 놓는 게 훤히 보입디다.-_-;;
4. 필석 네이슨과 있을 때의 무열 리처드는 소년 60%, 청년 40% 정도라고 생각됨.
5. 넘어지는 연기 진짜 리얼했다, 필석씨.
6. 어쨌든 이 페어의 스킨십 수준은 어지간한 18금 영화를 뛰어넘는 것 같다...-_-;;;; 아니. 시선만으로도 끈적거려;;;;; 김무열씨와 강필석씨의 신장, 체격차이는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
7. 마지막에 나온 "자기야, 잘 지냈어?"는 생전의 아름답고 유들유들한 '그'의 모습 그대로. 그렇지만 그가 없는 자유로는 마냥 허무한 '나.' 이 때 좀 슬펐다. ㅠㅠ 결국 네이슨은 원하는 바를 가지지 못했지.
8. 커튼콜 이후 문틈으로 본 두 분의 (목에 들이댄)포옹. 난 4번째 키스인 줄 알고 좋아했었다.(쳇)
9. 이 페어를 고른 내 기쁨은 헤드윅 시작을 오드윅으로 한 것과 맞먹는 것 같다.
p.s: N님 2005캐스트 진짜 좋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후기가 이 따위라 죄송해요.ㅠㅠ